[나스닥] ARM 나스닥 화려한 데뷔 하루만에 주가 급락, 왜?
미국 나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던 영국의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기업 ARM이 상장 하루만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ARM은 상장 첫날인 지난 14(현지시간) 공모가(51달러) 대비 24.69% 증가한 63.59달러에 장을 마감한 바 있다. 시가총액은 단숨에 600억달러(610억 달러)를 돌파했다.
ARM은 이번 성공적인 IPO(기업공개)로 48억7천만달러, 한화로 약 6조5천억원을 조달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0월 전기차업체 리비안오토모티브 공모 이후 최대규모다. ARM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도 하루만에 25% 가량의 투자수익을 내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ARM의 주가는 하루만에 폭락했다. 올해 미국 IPO 최대어로서 흥행에 성공하며 화려하게 나스닥에 입성한 전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ARM 주가는 15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4.47% 하락했다. 이날 나스닥지수가 인플레이션 추세 본격화와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1% 넘게 하락했지만, ARM의 하락폭은 업종 평균을 크게 웃도는 부진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1주일 가량 앞두고 이날 뉴욕증시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특히 ARM이 소속된 나스닥은 1.56% 하락하며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83%, S&P500지수(-1.22%) 보다 낙폭이 더 컸다.
주요 반도체 종목들과 비교해도 ARM은 상대적으로 더 부진했다. 초강세를 보였던 엔비디아가 3.69% 급락했고 인텔은 2.04% 떨어졌다. 이날 뉴욕증시 반도체 종목의 하락폭은 1%대다.
ARM 주가가 하루만에 급락한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인플레와 관련된 지표들이 줄줄이 악화되며 연준의 긴축강화 우려감이 커지며 뉴욕증시가 약세를 보인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TSMC가 반도체 장비업체들에 공급을 늦출 것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반도체 종목이 일제히 부진한 행보를 보인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엔비디아가 생산설비 반입을 늦추려는 것이 반도체 시장 전반의 수요위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 뒤따르며 반도체 종목의 주가를 끌어내린 것이다.
ARM은 TSMC를 비롯해 엔비디아, 인텔, 삼성전자 등 전세계 반도체기업이 대부분 고객사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 반도체시장이 역대급 혹한기에 빠지며 ARM의 실적이 부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ARM이 IPO에 맞춰 내놓은 실적보고서에도 이같은 데이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향후 ARM의 주가 행보에 쏠려있다. 전망은 긍정론이 우세하다. 반도체 설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ARM에 투자자들의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ARM의 지배력과 영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ARM측은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다.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는 "AI 시대에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성장에 자신감을 표출했다.
모바일AP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ARM만의 강점이다.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용 반도체의 99%가 ARM기술과 IP(지식재산)를 기반으로 한다. 최근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 수요가 줄긴 했지만, 모바일 시장에서 ARM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제이슨 차일드 ARM 최고 재무책임자는 "최신 기술로 만든 칩에 대해서는 로열티율을 기존의 3%가 아닌 5%로 받기 때문에 매출을 늘릴 여지가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회사의 미래에 대해서 낙관적이다"고 강조했다.
유통 주식수가 매우 적은 것도 향후 주가를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다. 대규모 공모에도 불구, ARM의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는 전체 발행주식의 90%를 보유하고 있다.
그나마 유통 주식 10%의 상당량은 SI(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한 글로벌 반도체기업과 딥테크업체들이 갖고 있다. 이들 SI는 투자수익보다는 ARM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거금을 투자했다. 쉽게 매도될 가능성이 없는 사실상의 락업(보호예수) 주식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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